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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모를 때: ISTP>

한번 감정적 트리거가 되게 되면 ISTP는 거기에 꽂혀서 자신이 적법한 피해자라는 증거를 수집하면서 방대한 논증을 만들어 갑니다.

잇팁,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

T를 주기능, F를 열등기능으로 갖는 ISTP는 평소 감정에 단열이 잘 돼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잇팁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건 자기 감정의 정확한 좌표를 실시간으로 찍지 못하기 때문에 그 처리 자체를 유예하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바꿔 말해 '감정과 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휘둘리지 않는 게 아닌 것입니다. 단지 감정과 머리 사이에 격벽을 잘 세우는 것입니다. 불편함 자체를 무시해 버리는 거죠. 나중에 내 감정의 정체가 분명해지고, 그 원인과 원흉(?)이 또렷해지면, 갑자기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상대를 엄중하게 단죄하려는 경향을 보이곤 합니다.

그럴 때조차도 감정에 휘둘리는 전형적인 모습은 아닐 수 있는데 그건 분노를 워낙에 오래 쌓아두어서 일종의 ‘념含‘으로 진화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감정이라기보다는 화석화된 감정, 고착되면서 원념이나 사명처럼 변질된 인상입니다.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관을 갖춘 망상적인 감정.

"독자적 세계관을 갖췄다"고 표현한 건 한번 감정적 트리거가 되게 되면 ISTP는 거기에 꽂혀서 자신이 모욕 당했다는(자기가 피해자라는) 방대한 논증을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처 받았다는 객관적 증거와 그에 대한 해설을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언젠가 상대 면전에서 이 판결문을 낭독하는 순간을 꿈꿉니다.

*엠마정 스레드에 올렸던 내용을 다듬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