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P의 자기 방어에 대해서
ENTP: “(유사 고백을 한 후) 그냥 농담삼아 한 말이야. 의미 부여하지 마.”
→ 사실: 진심인데, 거절당할까봐 일단 농담처럼 던져보고 상대 반응 이상하면 후퇴.
ENTP - 방어 자세를 내려놓고 직구를 던지기
1.
번득이는 재치와 논리를 무기로 삼는, 똘똘하고도 세상 물정에 빠꼼한 ENTP – 하지만 정작 진솔한 ‘감정 문제’ 앞에선 신중해진다. 슬쩍 간을 보는 말을 하고는 이내 "그냥 말해봤다”며 농담을 참칭한다. 농담조 이면에는 ‘혹시라도 받아들여질까’ 하는 옴팡진 기대가 숨어 있는 것.
엔팁의 Ti(내적 논리)는 상황의 리스크를 관리하려 하고, Fe(외부 감정)는 상대한테 받아들여지기를 은밀히 욕망한다. 그래서 감정 표현을 마침 장난처럼 흘리고, 반응을 본 뒤 내 본심을 드러낼지 말지를 결정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보다는 거절당하지 않고 무조건, 압도적으로 수용되길 바라는 뒤틀린 욕망 같은 게 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시크한 태도 뒤에는 사실 모든 걸 다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
2.
이런 방어 기제가 잠재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것 같지만 댓가가 없지 않다. 방어 기제는 진짜 커넥션의 형성을 방해하곤 한다. 사람 사이의 깊은 관계는 솔직함 위에 세워지는 법. 이런저런 계산 없이 벌거벗은 나를 보여줄 수 있어야 상대의 신뢰도 얻을 수 있는 것.
그러나 ENTP는 머리 회전이 빨라서 ‘계산이 없는’ 상태 자체가 잘 없다. 항상 전략적이고 전술적인데다가 상대의 계산도 빠르게 간파하는 편이기 때문. 게다가 타인에게 '벌거벗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도 영 불편하다. 웬만하면 ‘내 패는 안 까면서 니 패는 다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상대가 먼저 다가오는 관계만이 시작될 수 있을 뿐이다. 매력이 충만한 ENTP라면 그걸로도 충분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인생이 어디 ‘충분’만으로 채워지던가. 늘 마음 한켠이 허전할 것.
캐주얼한 관계를 넘어 진짜 본심을 교환하기 시작할 때에만 관계가 깊어진다. 내가 취약해지는 불편함을 견뎌야만 좋은 게 굴러들어온다. 넝쿨째.
요약: 좋은 걸 얻으려면 얼굴을 붉혀야 한다.